어머니가 치매로 판단을 못 하시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경우, 어머니의 후견인을 자녀가 하고 있다면, 자신이 어머니를 대신해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연히 법원에서 후견인으로 선임받았으니 무엇이든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론은 후견인이라고 해서 상속에 관한 일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상속인들 간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따로 제한을 걸어 둔 행위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후견인 본인도 같은 상속의 상속인이라면, 후견인은 그 일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부모가 사망해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상속인이 되는 경우가 전형적인데, 실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지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후견인의 대리권에 걸려 있는 제한, 이해상반행위의 의미, 그리고 실제 사건에서 특별대리인을 어떻게 선임했는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후견인의 대리권에는 세 가지의 제한이 있습니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포괄적인 법정대리인이 됩니다. 실제로 법원에 내는 서식에도 "법정대리권 제한 없음"에 표시하는 칸이 있고, 대부분 그렇게 신청합니다.
그런데 제한 없음으로 정해져도 자동으로 넘지 못하는 벽이 세 가지가 있는데요.
| 제한 | 내용 | 근거 |
| ① 후견감독인의 동의 | 후견감독인이 있으면 상속의 승인, 한정승인 또는 포기 및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협의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동의 없이 한 행위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 민법 §950① 6호, §950③ |
| ② 이해상반행위 |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는 후견인이 대리할 수 없고,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합니다. | 민법 §949의3 (§921 준용) |
| ③ 거주 건물의 처분 | 피후견인이 살고 있는 건물이나 그 대지를 매도·임대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하려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 민법 §947의2⑤ |
상속 사건은 위 세 가지가 한꺼번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속받은 집이 마침 피후견인이 살고 있는 집이고, 후견인인 자녀도 같은 상속인이라면 세가지 규제를 모두 넘어야 합니다.
이해상반은 나쁜 뜻이 없어도 성립합니다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대목인데요.
이해상반행위는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해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그 행위의 객관적인 구조가 한쪽에 이익이 되면 다른 쪽에 불리해질 수 있는 모양이면, 그것으로 이해상반입니다.
어머니가 아들의 후견인인데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나누는 협의를 한다고 해 봅시다. 어머니도 상속인이고 아들도 상속인입니다. 어머니가 아들 몫을 정하는 자리에서 자기 몫도 함께 정하게 됩니다. 아무리 공정하게 나누려 해도 이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후견인을 선임하는 단계에서부터 상속관계를 미리 살펴봅니다. 후견인 후보자가 피후견인과 같은 상속을 받을 사람이라면, 나중에 특별대리인을 따로 선임해야 하는 일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입니다.
상속받은 공유 부동산과 대출 연장
사무소에서 진행한 사건이 이 구조를 그대로 안고 있는데요.
어머니가 아들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사건이었습니다. 울산지방법원의 후견개시심판이 확정되면서 어머니가 아들을 대리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재산이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토지와 5층 건물을 어머니와 아들 등이 상속받아 공유하고 있었고, 그 부동산에는 공유자 전원의 지분을 담보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채권최고액 7억 1,500만 원, 실제 채무는 4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대출의 채무자가 후견인인 어머니였습니다.
| 항목 | 내용 |
| 부동산 | 상속으로 취득한 토지와 5층 건물, 어머니와 아들 등이 공유 |
| 담보 | 공유자 전원 지분에 근저당권 — 채권최고액 715,000,000원, 실채무 400,000,000원 |
| 채무자 | 후견인인 어머니 본인 |
| 닥친 일 | 대출기간 만료 — 기간연장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아들 지분도 담보로 들어가 있음 |
| 결론 | 어머니는 아들을 대리할 수 없음 → 특별대리인 선임 청구 |
구조를 살펴보면, 연장되는 채무는 어머니의 것이고, 담보로 잡히는 것은 아들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을 대리해 이 계약에 동의한다면, 자기 빚을 위해 아들의 재산을 은행에 계속 묶어 두는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피성년후견인을 위한 특별대리인 선임청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의 외삼촌을 후보자로 올렸다가, 진행 중에 다른 친족으로 후보자를 변경했습니다. 특별대리인은 사건본인과 이해관계가 없으면서 사정을 아는 친족이 맡는 것이 보통인데, 마땅한 사람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대출 연장조차 이렇습니다. 상속포기나 상속재산분할협의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후견 개시 단계에서 이미 상속이 보입니다
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할 때 법원에 내는 서류를 보면 이 문제가 미리 드러나 있습니다.
- 선순위 또는 공동순위 상속인의 동의서·의견서 — 후견인 후보자 외에 다른 자녀가 있으면 그분들의 의사를 확인합니다. 이 서류 자체가 후견과 상속이 같은 사람들 사이의 일임을 보여 줍니다.
- 사전현황설명서와 재산목록 — 피후견인의 재산을 적어 내는데, 상속으로 받은 부동산이나 앞으로 받게 될 재산이 여기서 처음 정리됩니다.
- 법정대리권의 범위 — "제한 없음"으로 할지, 특정 행위는 법원 허가를 받도록 할지 정합니다.
상담에서는 이때 가족 구성과 재산의 소유관계를 함께 그려 봅니다. 부모 중 한 분이 이미 편찮으시고 다른 한 분의 건강도 좋지 않다면, 머지않아 상속과 후견이 겹칠 것이 눈에 보입니다.
순서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 상황 | 밟아야 할 절차 |
| 피후견인이 상속인인데 후견인은 상속인이 아닌 경우 | 후견인이 대리 가능. 다만 후견감독인이 있으면 그 동의를 받아야 함 |
| 피후견인과 후견인이 함께 상속인인 경우 | 특별대리인 선임이 먼저. 특별대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해 포기·한정승인·분할협의를 함 |
| 상속받은 부동산이 피후견인이 사는 집인 경우 | 처분·임대·저당권 설정에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 |
| 후견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 | 가정법원에 후견사무에 관한 처분명령을 신청해 지시를 받을 수 있음 (민법 §954) |
상속인이 미성년자나 피후견인처럼 제한능력자인 경우, 3개월 기한은 본인이 안 날이 아니라 법정대리인(친권자·후견인)이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계산됩니다(민법 제1020조). 후견인이 사망 사실을 사실상 즉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이미 그 시점부터 기간은 진행됩니다.
문제는 후견인이 피후견인과 공동상속인인 경우입니다. 이때 후견인이 그대로 대리해 신고하면 이해상반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어, 반드시 가정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제921조).
선임 심판에는 통상 몇 주에서 한두 달이 걸리는데, 3개월은 특별대리인 선임일이 아니라 후견인이 안 날부터 이미 흐르고 있으므로 절차를 기다리는 사이 기한을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후견인이 상속인인 사건은 특별대리인 선임을 기다리지 말고, 사망 사실을 안 즉시 선임 청구를 서둘러야 합니다.
정리하며
- 후견인이라고 상속에 관한 일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상속의 승인·포기와 분할협의는 민법이 따로 제한을 둔 행위입니다.
- 후견인도 같은 상속의 상속인이라면 대리할 수 없습니다. 나쁜 뜻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구조가 그러면 이해상반입니다.
- 그때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합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친족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우니 미리 상의해 두십시오.
- 피후견인이 사는 집이 걸려 있으면 가정법원의 허가가 따로 필요합니다.
- 3개월이라는 기간이 특별대리인 선임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사망 직후에 움직이십시오.
후견과 상속이 겹치면 절차가 두 배가 아니라 그 이상이 됩니다. 다만 순서만 제대로 잡으면 막히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가족 중에 후견을 받고 계신 분이 있고 상속이 다가오고 있다면,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한 번 정리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