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칼럼 2026. 09. 19 | 작성자: 대표법무사 여환동

유언한 재산을 처분하면 유언은 철회될까?

"아버지께서 그 집을 저에게 물려주신다고 유언하셨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전에 그 집을 파셨더군요. 유언은 없어진 것인가요?"


아버지가 작성한 부동산을 주겠다면 작성한 유언장에 적힌 부동산이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경우입니다.


결론은 처분했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이 철회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유언자가 그 재산을 처분하면서 매도대금처럼 그 재산을 대신하는 재산에 유언의 효력이 미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면, 유언은 그 범위에서 여전히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도 목적물을 처분한 사정만으로 유언 철회를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바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언이 철회되는 세 가지 경우, 처분행위와 유언의 '저촉'을 판단하는 기준, 그리고 유언을 남기실 때 미리 정해두어야 할 사항을 정리해 드립니다.


유언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습니다

민법은 유언자의 최종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철회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구분내용근거
임의철회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으며, 철회할 권리를 포기할 수 없음민법 제1108조
저촉에 의한 철회전후의 유언이 저촉되거나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면 그 저촉된 부분의 앞선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봄민법 제1109조
파훼에 의한 철회유언자가 고의로 유언증서나 유증의 목적물을 훼손하면 그 부분의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봄민법 제1110조

첫 번째는 유언자가 스스로 철회의 뜻을 밝히는 경우이므로 다툼이 적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 유언자가 생전에 한 행위가 유언과 어긋난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지점입니다.


유언장에 "이 집을 장남에게 준다"고 적어두고 그 집을 팔았다면, 이것을 유언을 거두어들인 것으로 볼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저촉'은 어떤 경우를 말하는가

민법 제1109조의 '저촉'은 단순히 내용이 달라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앞선 유언을 그대로 두고서는 뒤의 생전행위가 유효하게 존속할 수 없는 관계를 저촉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그리고 저촉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1. 유언자의 의사가 유언의 일부만 거두어들이려는 것이었는지
  2. 아니면 그 유언 전체를 나눌 수 없이 통째로 철회하려는 것이었는지
  3. 처분한 재산과 유언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형식적으로 "재산이 없어졌으니 유언도 없어졌다"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동산을 팔았다면 — 최근 대법원의 판단

2026년 6월, 대법원은 유언효력확인청구 사건에서 이 쟁점을 다루었습니다(2024다260146).


유언자가 유언의 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한 사안이었습니다. 원심은 매도로써 유언이 철회되었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이 주목한 것은 처분대금의 행방이었습니다. 유언자가 부동산을 팔면서 그 매매대금 중 상속재산이 되는 부분에 관하여 유언의 효력이 미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처분했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이 철회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이 집을 주겠다"는 유언이 "이 집을 판 돈을 주겠다"는 뜻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집을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유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갈림길이 되는가

실무에서 판단이 갈리는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정철회로 볼 여지
처분대금이 별도 계좌에 남아 있고 사용되지 않은 경우여지 작음 — 대상재산에 유언 효력이 미칠 의사를 인정하기 쉬움
유언자가 치료비·생활비로 대금을 소비한 경우사안에 따라 다름 — 남은 범위에서만 문제됨
처분 후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는 새 유언을 한 경우여지 큼 — 전후 유언의 저촉에 해당
수증자와 다투다가 처분한 사정이 드러난 경우여지 큼 — 유언을 거두어들일 의사로 볼 수 있음
유언증서 자체를 찢거나 태운 경우여지 명확 — 파훼에 의한 철회(민법 제1110조)

결국 유언자가 왜 그 재산을 처분했는가가 관건입니다. 그리고 유언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이므로, 남은 자료로 그 의사를 되짚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유언을 남기실 분이 해두어야 할 것

이런 분쟁은 유언장을 조금만 더 촘촘하게 써두면 대부분 피할 수 있습니다.

  1. 재산이 바뀔 경우를 미리 정해두십시오. "이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그 대금 역시 같은 사람에게 귀속한다"는 문구 한 줄이면 다툼의 소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2. 재산을 처분했다면 유언장을 다시 쓰십시오. 상황이 바뀌었는데 예전 유언장을 그대로 두면 남은 가족이 해석을 놓고 다투게 됩니다
  3. 철회할 생각이라면 분명하게 밝히십시오. 새 유언장에 "○년 ○월 ○일자 유언은 철회한다"고 적어두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4. 유언증서를 여러 통 만들지 마십시오. 어느 것이 최종본인지 다투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유언장을 받으신 분이 확인할 것

반대로 유언장에 이름이 올라 있는데 그 재산이 이미 처분된 경우라면, 다음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1. 처분 시점과 유언 작성 시점의 선후 — 유언이 먼저인지 처분이 먼저인지부터 확인합니다
  2. 처분대금의 흐름 — 어디로 들어가 어떻게 쓰였는지가 핵심 자료입니다
  3. 이후 작성된 다른 유언장이 있는지 — 전후 유언이 저촉되면 뒤의 것이 우선합니다
  4. 처분 경위에 관한 정황 — 치료비 마련인지, 다른 자녀에게 주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다툼이 예상된다면 유언효력확인의 소를 통해 유언의 효력 범위를 확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리하며

유언과 처분행위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을 철회할 수 있고, 그 권리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2.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양립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그 부분의 유언이 철회된 것으로 봅니다
  3. 목적물을 처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언 철회를 단정할 수 없으며, 처분대금 등 대상재산에 유언의 효력이 미칠 의사가 있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4. 분쟁을 막으려면 유언장에 재산이 바뀔 경우의 처리를 미리 적어두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유언은 작성하는 것보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손보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부동산을 정리하셨거나 재산 구성이 달라지셨다면, 예전에 써둔 유언장이 지금 뜻과 맞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미 분쟁이 생긴 상황이라면 유언장 문구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처분 경위와 대금의 흐름까지 함께 검토해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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