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 2026. 09. 02 | 작성자: 대표법무사 여환동

상속포기 가족 모두 해도 될까? 한사람은 한정승인을 남기는 이유

"빚만 남았다는데, 저희 가족이 다 상속포기하면 끝나는 것 아닌가요?" 자주 듣는 질문이며, 신중히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가족 전원이 상속포기를 하면 빚은 사라지지 않고 다음 순위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상속포기는 망인이 남긴 빚을 없애는게 아니고 내가 상속인이 아니게 되도록 만드는 절차입니다.


상속인이 없어지면 민법에서는 그 다음 순위 사람을 상속인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망인의 부모, 형제자매, 조카에게 채무가 넘어가고, 어느 날 독촉장을 받는 일이 생깁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한 사람은 한정승인을 남겨두는지, 그리고 미성년 자녀가 있을 때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상속포기 및 한정승인 심판문


상속포기는 빚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넘기는 것

민법이 정한 상속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순위 상속인근거
1순위직계비속(자녀, 손자녀)민법 제1000조
2순위직계존속(부모, 조부모)민법 제1000조
3순위형제자매민법 제1000조
4순위4촌 이내의 방계혈족(삼촌, 조카 등)민법 제1000조
배우자는 1·2순위와 공동상속인, 없으면 단독상속인민법 제1003조

1순위가 전부 포기하면 2순위로, 2순위도 포기하면 3순위로 내려갑니다. 연락이 끊긴 지 오래인 친척에게까지 빚이 흘러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려간 사람들은 각자 자기 몫의 3개월 안에 다시 포기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기간을 넘기면 단순승인이 되어 먼 친척의 빚을 떠안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이런 상황은 자주 발생하며, 3순위 이하의 상속인들이 한정승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게는 특별한정승인을 다투게 되는 사건도 있습니다. 특별한정승인은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아 단순승인을 하였는데, 차후 상속채무가 재산을 초과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하는 절차입니다.


여기서 알아두실 판례가 하나 있습니다.

대법원은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하면, 손자녀나 직계존속이 배우자와 함께 공동상속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정리했습니다(대법원 2023. 3.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결정으로 어린 손자녀에게까지 빚이 번지는 일은 크게 줄었으나, 이 판례는 배우자가 상속인으로 남아 있을 때의 이야기이며, 배우자까지 자녀들과 함께 포기하면 상속권은 여전히 후 순위로 내려가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은 한정승인을 남깁니다

실무에서 쓰는 통상적인 방법은 1순위 상속인 중 한 사람이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는 상속포기를 하는 조합입니다.

방식 결과후순위 승계
전원 상속포기1순위에 상속인이 남지 않음다음 순위로 내려감
한 사람 한정승인 + 나머지 포기한정승인자가 상속인으로 확정내려가지 않음
전원 한정승인전원이 상속인내려가지 않음, 그 중 1명이 청산을 하면 됨

한정승인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상속인의 자리가 채워지므로, 상속권이 아래로 내려갈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 한 사람은 상속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책임을 지므로 실질적인 손해도 없을뿐더러, 친척들에게 채무가 넘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 사람이 맡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를 한정승인자로 둘 것인가. 다음을 고려합니다.

  1. 고인의 재산과 채무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
  2. 부동산을 공유하고 있어 어차피 정리에 관여해야 하는 사람
  3. 고인의 사업을 이어받아 유지할 사람
  4. 이후 상속재산파산까지 갈 경우 신청인이 될 수 있는 사람
  5. 한정승인과 청산까지 해야 하니, 시간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제가 볼 땐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미성년 자녀가 있을 때 대처 방법

미성년 자녀의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은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대신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친권자는 한정승인을 하면서 미성년 자녀만 상속포기 시키는 것은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합니다. 자녀가 포기하면 그 몫이 친권자에게 돌아가서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이익을 보려고 이렇게 하는 경우는 실무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선 가정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하고(민법 제921조), 특별대리인이 자녀를 대리해 상속포기 신고를 해야 합니다.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문제는 특별대리인을 맡아줄 사람입니다. 자녀와 이해가 대립하지 않는 친인척이어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선임 절차에도 시간이 걸려 불안정한 상속관계를 더 끌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럴 경우 실무에서는 미성년 자녀도 법정대리인(친권자)와 함께 한정승인을 하는 것입니다.


친권자와 자녀가 같은 선택을 하면 이해가 대립하지 않으므로 특별대리인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한정승인은 자녀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습니다. 책임이 상속재산의 범위를 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정승인을 하면 피해가 가지 않을까 막연한 걱정을 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청산절차만 잘 진행하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실제 사건에서의 설계

공장을 운영 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배우자와 자녀 셋이 남은 사건이었습니다. 자녀 중 둘은 성년, 하나는 미성년이었습니다. 빚은 5억 원을 넘었고 재산은 그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상속인들의 선택은 이렇게 갈렸습니다.

상속인선택이유
배우자한정승인후순위 승계 차단, 이후 상속재산파산의 신청인
성년 자녀 2명상속포기스스로 판단해 신고 가능, 절차 부담 없음
미성년 자녀 1명한정승인특별대리인 선임을 피하고 절차 지연을 막기 위함

미성년 자녀를 포기시키려면 특별대리인을 세워야 했는데, 맡아줄 마땅한 친인척이 없었고 선임 절차로 시간을 끄는 것도 부담이었습니다. 한정승인을 해도 자녀가 실제로 지는 책임은 상속재산의 범위를 넘지 않으므로, 특별대리인을 세우면서까지 포기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성년 자녀들은 상속포기를 했으며 미성년 자녀는 한정승인을 했고, 모두 수리됐습니다. 그 뒤 배우자가 신청인이 되어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했고, 절차는 종결결정을 받아 마무리됐습니다.


고인의 부모나 형제자매에게는 아무런 통지도 가지 않았습니다.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상속인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며

상속포기를 결정하기 전에 확인하실 것은 세 가지입니다.

  1. 우리 가족이 전부 포기하면 그 다음은 누구인가. 고인의 부모와 형제자매까지 떠올려 보셔야 합니다.
  2. 한정승인을 맡을 사람은 누구인가. 재산 사정을 알고 이후 절차까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3. 미성년 자녀가 있는가. 있다면 특별대리인 문제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서로 대체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함께 짜는 조합입니다. 누가 무엇을 할지는 가족 구성, 재산의 성격, 이후 상속재산파산 여부까지 함께 놓고 정해야 합니다.


신고 기한은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입니다.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리기 어려운 기간이므로, 서류를 넣기 전에 전체 그림을 먼저 그려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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