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의 채무 때문에 상속채권자로부터 대여금 청구 소송을 당한 상태에서 가정법원의 한정승인 심판을 받았다면, 그 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심판문을 손에 쥐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민사소송을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남기 때문입니다.
가정법원의 한정승인 결정은 상속인의 책임 한도를 정하는 별개의 가사 심판일 뿐입니다. 민사 재판부에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주장하지 않으면 소송에서는 한정승인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 글은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특별한정승인을 청구해 화해권고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한 실제 사례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미혼으로 사망하면 부모가 상속인이 됩니다
이 사건의 피상속인은 2020년 12월 28일에 사망했습니다. 미혼이었고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망인의 부모 두 분이 제2순위 상속인이 되었습니다.
상속이라고 하면 대개 자녀가 부모의 재산과 빚을 물려받는 경우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자녀가 없는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그 부모가 상속인이 됩니다. 이 순서를 모르고 지나쳤다가 몇 년 뒤에 소장을 받는 일이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부모님 두 분은 아들에게 별다른 재산도 빚도 없다고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고려기간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고, 민법 제1026조 제2호에 따라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된 상태였습니다.
5년이 지나 날아온 소장
2026년 2월 6일, 부모님은 은행이 제기한 상속채무금 청구 소송(부산지방법원 2025가소0000호)의 소장 부본을 송달받았습니다. 사망일로부터 5년 1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청구 내용은 망인의 대출 채무를 상속지분에 따라 나눈 금액인 각 6,239,663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분을 합치면 1,247만 원가량입니다.
반면 망인이 남긴 재산은 금융기관 두 곳에 남아 있던 예금 합계 1,137원이 전부였습니다. 채무가 재산을 1만 배 넘게 초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망한 지 5년이 넘었는데 한정승인이 가능한 이유
여기서 많은 분들이 "3개월이 훨씬 지났으니 이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1019조 제3항 —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기산점이 사망일이 아니라 '초과 사실을 안 날'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2026년 2월 6일이 그 날에 해당하므로, 신고 기한은 2026년 5월 6일까지였습니다.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점도 함께 소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금융거래 내역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 부모가 성년인 아들의 금융채무를 따로 조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습니다.
- 사망 당시 재산도 빚도 없다고 알고 있었을 뿐, 채무의 존재를 짐작할 단서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소장을 받은 지 34일 만인 2026년 3월 12일 울산가정법원에 특별한정승인(2026느단0000호)을 청구했고, 2026년 5월 6일 수리 심판을 받았습니다.
3개월은 청구 기한이지, 심판을 받는 기한이 아닙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3개월은 가정법원에 청구서를 접수하는 기한이지, 그 안에 심판까지 받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도 청구는 2026년 3월 12일에 접수했고 수리 심판은 두 달 가까이 지난 5월 6일에 나왔습니다. 기한 안에 접수만 되어 있으면 심판이 그 뒤에 나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제 와서 신청해도 심판이 늦게 나올 텐데 소용없지 않겠느냐"고 미루시다가 정작 접수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더 위험합니다.
부모님은 소장을 받은 지 34일 만인 2026년 3월 12일 울산가정법원에 특별한정승인(2026느단0000호)을 청구했고, 2026년 5월 6일 수리 심판을 받았습니다.
왜 소송은 부산, 한정승인은 울산이었을까
같은 사건인데 법원이 둘로 갈립니다. 관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민사소송(대여금 청구)은 원고인 채권자의 주소지 관할 법원에 제기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지방법원입니다.
- 한정승인 심판은 피상속인의 최후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입니다. 망인이 울산에 살았으므로 울산가정법원입니다.
소장을 받은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하면 안 됩니다. 두 절차를 서로 다른 법원에서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미리 알고 계셔야 합니다.
진행 경과 한눈에 보기
- 2020. 12. 28. 피상속인 사망 (미혼, 자녀 없음)
- 2026. 2. 6. 대여금 청구 소장 부본 송달 — 상속채무 초과 사실을 처음 인지
- 2026. 3. 12. 울산가정법원에 특별한정승인 청구
- 2026. 5. 6. 특별한정승인 수리 심판
- 2026. 5. 8. 심판문을 부산지방법원 민사재판부에 을제4호증으로 제출
- 2026. 6. 14. 원고, 청구취지 변경 신청서 제출
- 2026. 6. 23. 화해권고결정
- 2026. 7. 8. 화해권고결정 확정 — 소송 종결
소장을 받은 날부터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5개월 2일이 걸렸습니다.
① 심판문을 민사재판부에 제출해야 하는 이유
심판문이 송달된 직후인 2026년 5월 8일, 이를 부산지방법원 민사재판부에 을제4호증으로 제출했습니다. 상속인들이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변제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소송 절차 안에서 알리는 단계이며 생략할 수 없습니다.
가정법원의 심판과 민사법원의 판결은 서로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한정승인 심판을 받아 놓고도 민사소송에서 이를 주장하지 않으면 책임 제한 문구가 없는 판결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그러면 채권자는 상속인의 급여나 예금 같은 고유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한정승인을 받고도 당하는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② 원고가 스스로 청구취지를 바꾼 이유
심판문이 서증으로 제출되자 원고 은행은 2026년 6월 14일 청구취지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피고들에 대한 청구 범위를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각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스스로 줄인 것입니다.
채권자가 양보한 것이 아닙니다. 한정승인이 수리된 이상 그 범위를 넘는 판결은 받아낼 수 없으므로, 청구취지를 고치지 않으면 그 부분은 기각될 뿐입니다. 원고 입장에서도 당연한 선택입니다.
③ 화해권고결정으로 끝난 이유
원고가 청구 범위를 상속재산 한도로 줄이자 다툴 쟁점이 사라졌습니다. 법원은 변론기일을 더 여는 대신 2026년 6월 23일 화해권고결정을 내렸고, 양쪽 모두 이의를 신청하지 않아 2026년 7월 8일 확정되었습니다.
이의를 신청할 실익이 없는 구조였습니다. 원고는 받아낼 수 있는 최대치를 이미 결정문에 담았고, 피고들은 상속재산을 넘는 책임을 지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확정된 화해권고결정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이 채권으로는 더 이상 부모님의 고유재산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소송이 끝나도 한정승인은 끝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안심하고 손을 놓으면 안 됩니다. 소송이 종결된 것과 한정승인 절차가 완료된 것은 별개입니다.
한정승인이 수리되면 민법 제1032조에 따라 5일 이내에 채권자에 대한 공고를 해야 하고,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는 따로 최고해야 합니다. 그 뒤 상속재산을 환가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청산절차까지 마쳐야 비로소 절차가 끝납니다.
이 사건은 남은 상속재산이 1,137원뿐이어서 청산 부담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이나 자동차처럼 처분 절차가 필요한 재산이 남아 있다면 청산 방법을 따로 정해야 하고, 채권자가 여럿이라면 배당 순서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
- 사망일로부터 몇 년이 지났는지는 기준이 아닙니다. 채무 초과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이 기준입니다.
- 소장이나 지급명령을 받았다면 그날이 기산점입니다. 하루라도 넘기면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습니다.
- 3개월 안에 접수만 하면 됩니다. 심판문은 그 뒤에 나와도 무방합니다.
- 가정법원과 민사법원 두 곳에서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민사법원에는 답변서를 먼저 내고, 심판문이 나오면 곧바로 제출합니다.
- 심판문을 받아 두고도 민사소송에서 주장하지 않으면 고유재산에 집행이 들어옵니다.
- 소송이 끝나도 신문공고와 청산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상속채무 소송의 소장이나 지급명령을 받으셨다면 3개월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갑니다. 이 사건에서도 소장 송달 34일 만에 청구서를 접수했기 때문에 여유를 두고 심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울산상속전문센터에서는 특별한정승인 청구와 민사소송 대응을 함께 진행하고 있으니, 관련 서류를 받으신 즉시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