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이 채무를 남기고 사망한 경우 상속인은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으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속포기는 채무를 소멸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상속인의 지위를 다음 순위로 넘기는 제도임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선순위 상속인 전원이 포기하면 채무는 법정 상속순위에 따라 후순위 상속인에게 승계되는데요. 망자 기준 4촌까지 승계됩니다.
이 글에서는 2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와 3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한정승인을 한 번에 접수하여 채무 승계를 종결한 실제 사례를 통해, 상속포기 순위와 후순위 상속인의 동시 신청 방법을 정리한다.
상속포기 순위
민법 제1000조는 상속순위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 순위 | 상속인 | 예시 |
| 1순위 | 직계비속 | 자녀, 손자녀 |
| 2순위 | 직계존속 | 부모, 조부모 |
| 3순위 | 형제자매 | 형, 누나, 동생 |
| 4순위 | 4촌 이내 방계혈족 | 조카, 삼촌·고모·이모, 사촌 |
배우자는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과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이들이 없으면 단독상속인이 됩니다(민법 제1003조).
상속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하여 효력이 있으므로(민법 제1042조), 포기한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되고, 같은 순위의 상속인 전원이 포기하면 다음 순위가 상속인이 됩니다.
자녀가 모두 포기한 경우, 피상속인에게 배우자가 있으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하고(대법원 2023. 3.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배우자가 없으면 손자녀, 직계존속, 형제자매의 순으로 상속인의 지위가 넘어갑니다.
상속과 관련해 승계를 일으키는 것은 상속포기 입니다.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상속인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속재산의 한도에서만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집니다(민법 제1028조). 따라서 같은 순위에서 한 사람이라도 한정승인을 하면 채무는 후순위로 넘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사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이후 모친에게 송달된 소장
망 조OO 씨가 사망한 후 선순위 상속인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마쳤습니다.
그 결과 상속인의 지위는 2순위 직계존속인 모친 이OO 씨에게 넘어왔고, 채권자는 모친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법원으로 부터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모친은 상속포기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로 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문제는 모친이 상속포기를 하면 그 신고가 수리되는 즉시 상속인의 지위는 3순위인 망인의 형제자매 세 사람에게 넘어가며, 형제자매들은 다시 채권자의 독촉이나 소장을 받은 뒤에야 각자 법원에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청해야 하든지, 모친으로 부터 상속포기를 했다는 것을 고지 받은뒤 신청하든지 해야 합니다.
같은 채무를 두고 가족이 세 번째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때마다 서류 발급과 비용이 반복됩니다.
후순위 상속인도 선순위와 동시에 상속포기를 신고할 수 있다
과거 법원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심판서를 제출해야 후순위 상속인의 신고를 받아 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03년 「상속포기의 신고에 관한 예규」(재특 2003-1)를 제정하여 이 실무를 바꾸었는데요. 예규 제3조에 따르면 상속인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 즉 배우자·직계비속·직계존속·형제자매·4촌 이내 방계혈족은 상속이 개시된 이후라면 선순위 상속인이 아직 포기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선순위 상속인보다 먼저 또는 선순위 상속인과 동시에 상속포기를 신고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후순위 상속인의 숙려기간 3개월(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선순위 상속인의 포기로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진행합니다. 따라서 기다렸다가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나, 그 사이 채권자의 소장이나 지급명령을 받게 되고, 기산일을 둘러싼 다툼의 여지도 생기게 되므로, 상속 승계가 예정되어 있다면 미리 절차를 마치는 편이 안전합니다.

모친의 상속포기와 형제자매의 상속포기·한정승인을 한 번에 접수하다
이 사건에서는 모친의 상속포기 신고와 함께 형제자매 세 사람의 청구를 한 번에 접수하였습니다. 형제자매 중 두 사람은 상속포기를, 나머지 한 사람은 한정승인을 청구하였고, 선순위 상속인들의 포기 경과와 모친의 동시 포기 사실을 청구원인에 함께 기재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법원도 모친의 상속포기와 형제자매들의 상속포기·한정승인을 함께 심리하게 됩니다.
형제자매 중 한 사람이 한정승인을 택한 이유
형제자매 세 사람이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상속인의 지위는 4순위인 4촌 이내 방계혈족, 즉 망인의 조카와 삼촌·고모·이모, 사촌에게까지 넘어갑니다. 상속포기를 해야 할 대상자가 수십 명에 이를 수 있고 연락이 닿지 않는 친족도 있어, 전원의 포기를 받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형제자매 중 한 사람이 한정승인을 하여 상속인의 지위에 남고, 상속재산의 범위에서 채권자에 대한 공고와 변제 등 청산 절차를 맡기로 하였다. 한정승인자가 있는 이상 채무는 더 이상 후순위로 내려가지 않는다.
동시 신청으로 얻은 결과
모친과 형제자매 세 사람은 한 번의 절차로 망인의 채무에 대한 책임 문제를 정리하습니다.
형제자매들은 채권자의 소장이나 독촉을 받기 전에 절차를 마쳤고, 4순위 친족에게 채무가 넘어갈 가능성도 없어졌다. 순위별로 사건을 나누어 진행하였다면 반복되었을 가족관계 서류 발급, 접수, 보정 절차와 그에 따른 비용도 한 차례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