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경남 소재 농가의 상속 사건입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여 배우자와 자녀 4명이 상속인이 되었습니다.
상속재산은 농협 예금과 출자금, 보험 해약환급금을 합하여 약 990만 원이었고, 확인된 상속채무는 지역 농협의 담보대출 4건 약 5,600만 원이었습니다. 그 밖에 추가 채무가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상속인들이 그 내역을 알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상속인들은 같은 달 가정법원에 다음과 같이 신고하였고, 하나의 심판으로 모두 수리되었습니다.
| 상속인 | 신고 내용 |
| 배우자 | 상속포기 |
| 자녀 3명 | 상속포기 |
| 자녀 1명 | 한정승인 |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크게 초과하는 사안에서 상속인 전원이 상속포기를 하지 않고 한 사람이 한정승인을 한 이유를 아래에서 설명드립니다.
상속포기의 효과와 후순위 상속인
상속포기는 상속인의 지위를 소급하여 상실하게 하는 신고입니다. 유의할 점은 포기한 상속인의 지분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순위의 상속인에게 상속권이 이전된다는 것입니다.
민법이 정한 상속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직계비속(자녀, 자녀가 없는 경우 손자녀)
-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 형제자매
-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배우자는 1순위 또는 2순위 상속인과 공동으로 상속하며, 1·2순위 상속인이 없는 경우 단독으로 상속합니다.
따라서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하면 손자녀에게, 손자녀까지 포기하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과 형제자매, 나아가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 순차로 상속권이 넘어갑니다.
상속채무가 많은 사안에서는 결국 여러 친족이 각자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야 하는 결과가 됩니다.
다만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 관하여는, 대법원이 2023년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종전 견해를 변경하여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손자녀가 상속인이 되는 상황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으나, 배우자까지 상속을 포기하면 다시 2순위 상속인에게 상속권이 이전됩니다.
미성년 손자녀가 상속인이 되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 신고를 대리하여야 하고, 법정대리인과 미성년자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때에는 특별대리인 선임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절차의 기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납니다.
한정승인에 의한 상속인의 확정
한정승인은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상속채무를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신고입니다.
상속인 중 1인이 한정승인을 하면 그 사람이 상속인으로 확정되므로, 후순위 상속인에게 상속권이 이전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자녀 1명이 한정승인을 한 것은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두 방식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상속인 전원 포기 | 1인 한정승인 + 나머지 포기 |
| 후순위 상속인 | 순차로 상속권 이전 | 이전되지 않음 |
| 친족의 절차 부담 | 각자 상속포기 신고 필요 | 없음 |
| 소요 기간·비용 | 인원에 비례하여 증가 | 1회 신고로 종결 |
한정승인자의 청산 의무
한정승인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상속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면하게 하는 제도이지, 상속재산의 정리 의무까지 면제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다음과 같은 청산 절차를 직접 수행하여야 합니다.
- 채권신고의 공고
-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한 개별 최고
- 신고된 채권의 순위에 따른 변제
- 부당한 변제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부담
상속채무의 전모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속인이 이러한 절차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채권신고를 최고하고 채권자들이 채권신고를 마쳤다 하더라도, 채권자들에게 배당표를 제시하고 동의를 받아내고, 각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절차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수차례 해본 사람만이 그 고충을 압니다.
상속재산파산에 의한 청산
이 사건에서는 한정승인 심판이 수리된 다음 달, 법원에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하였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07조에 따라 상속재산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받고, 청산 업무를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에게 이관하는 절차입니다.
법원은 파산절차비용으로 예납금 80만 원의 납부를 명하였고, 납부 후 약 한 달 만에 파산선고가 이루어졌습니다. 상속재산의 규모가 크지 않아 간이파산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산선고 이후 채권자에 대한 조사와 변제는 파산관재인이 수행하므로,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 부담하던 청산 의무는 사실상 해소되었습니다.
한정승인을 할 상속인의 선정
상속인 중 누가 한정승인을 할 것인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지나, 실무상 다음 사항을 고려합니다.
- 법원 및 파산관재인과 서류를 계속 주고받을 수 있는지
- 상속재산 중 정리가 필요한 재산과의 관련성
- 본인의 재산에 대한 집행 위험이 적은지
- 상속인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본인의 채무 문제로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준비 중인 상속인은 절차가 중복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고 기간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모두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사망일로부터 약 2개월 반 만에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위 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의 특별한정승인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한 때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므로, 기간 내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리
- 상속채무가 많다는 이유로 상속인 전원이 상속포기를 하면 후순위 친족에게 절차 부담이 이전됩니다.
- 상속인 1인이 한정승인을 하면 그 단계에서 상속인이 확정됩니다.
-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의 청산 의무는 상속재산파산을 통하여 법원에 이관할 수 있습니다.
-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같은 날 함께 신고하는 것이 서류 준비와 심판 진행에 효율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