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을 거쳐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한 상속인들은 파산선고 결정문을 받는 순간 비로소 안도합니다. 이제 고인의 채무 문제는 법원과 파산관재인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고가 내려진 뒤에도 채권자가 상속인을 피고로 삼아 소장을 보내오는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이때 상속인은 소송에 응해야 하는지, 그대로 두어도 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판단했는데요.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다220617, 220618 판결은 이미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를 피고로 하여 제기한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하고, 이 경우 파산선고 당시 소송이 계속되어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소송수계신청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1. 파산선고가 소송에 미치는 효과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채무자의 재산은 하나의 파산재단을 이루고, 그 관리·처분권은 파산관재인에게 전속합니다(채무자회생법 제384조). 이에 따라 파산재단에 관한 소송에서는 파산관재인이 당사자가 되며(같은 법 제359조), 채무자 본인은 더 이상 당사자적격을 갖지 못합니다.
채권자 쪽에서 보면,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행사할 수 없습니다(같은 법 제424조). 채권자는 개별 소송이 아니라 채권신고와 채권조사라는 법원을 통한 절차를 통해 권리를 행사 및 만족을 얻어야 합니다. 위 판결은 이 원칙을 소송법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파산선고 후 채무자를 상대로 낸 소는 처음부터 잘못된 상대방을 향한 소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2. 상속재산파산에서는 누가 피고가 되는가
상속재산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상속재산 전부가 파산재단이 됩니다. 따라서 고인의 채무를 원인으로 한 청구는 상속인 개인이 아니라 파산관재인이 관리하는 파산절차 안에서 처리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상속인은 이미 한정승인을 받아 둔 상태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만 고인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집니다(민법 제1028조). 상속재산은 파산재단으로 넘어갔고, 상속인의 고유재산은 책임재산이 아니므로, 상속인을 피고로 한 소송은 이중으로 근거를 잃게 되는 셈입니다.
3. 실제 사건 — 파산선고 한 달 뒤 도착한 구상금 소장
필자가 수임한 사건 가운데 이 판결과 같은 구조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고인은 렌터카를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였고, 배우자와 두 자녀는 사망 후 두 달 만에 울산가정법원에서 한정승인 심판을 받았습니다.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넘는 것이 분명하였기에 곧이어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하였고, 울산지방법원은 그해 12월 파산을 선고하면서 파산관재인을 선임하였습니다.
그런데 선고 후 한 달 남짓 지난 이듬해 1월, 렌터카 공제조합이 서울의 법원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사고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공제금 가운데 약관상 운전자가 부담하는 사고부담금 400만 원을 갚으라는 소송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미 사망한 고인을 피고로 적었다가, 2월에 배우자와 두 자녀로 당사자표시를 정정하였습니다.
상속인들은 크게 당황하였습니다. 파산까지 마쳤는데 왜 또 소송이 오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파산선고 결정문과 한정승인 심판문을 첨부한 답변서를 준비하여, 이 사건 청구는 파산절차에 의하여만 행사할 수 있는 파산채권이고 상속인들은 이 소송의 정당한 피고가 아니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결국 원고는 소를 취하하였고, 상속인들은 더 이상 이 채무로 법정에 설 일이 없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보듯, 채권자 측 대리인이 파산선고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속인이 할 일은 겁먹고 합의하거나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파산선고 사실을 법원에 정확히 알리는 것입니다.
4. 소송이 제기된 시기별 정리
| 구분 | 법적 효과 | 처리 방법 |
| 파산선고 전부터 계속 중인 파산채권 소송 | 소송절차 중단(민사소송법 제239조) | 채권신고 후 이의가 있으면 이의자를 상대로 수계(채무자회생법 제464조) |
| 파산선고 전부터 계속 중인 재단 재산 관련 소송 | 소송절차 중단 | 파산관재인 또는 상대방이 수계(같은 법 제347조) |
| 파산선고 후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 부적법 각하, 수계 불허(2025다220617 판결) | 채권자는 채권신고·채권조사 절차로 |
|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 | 별제권(같은 법 제411조) | 파산절차 밖에서 담보권 실행 |
| 재산이 자기 소유라고 주장하는 사람 | 환취권(같은 법 제407조) |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주장 |
5. 소장을 받은 상속인이 확인할 사항
- 첫째, 소장을 받았다면 반드시 기한 안에 대응해야 합니다. 소송이 부적법하더라도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무변론판결이 선고될 수 있고, 소액사건의 이행권고결정은 송달 후 2주가 지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 둘째, 파산선고 결정문과 한정승인 심판문을 첨부하여 파산선고 사실과 그 시점을 밝혀야 합니다. 소 제기가 선고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법원의 처리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셋째, 해당 채권자가 채권자목록에 빠져 있었다면 파산관재인에게 알려 채권신고 절차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절차 밖에 남은 채권은 나중에 다시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 넷째, 파산절차가 폐지되거나 종결된 뒤에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상속인은 한정승인 항변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판결 주문에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지급하라는 유보를 붙이므로,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강제집행이 미치지 않습니다.
맺음말
상속재산파산은 선고로 끝나는 절차가 아닙니다. 선고 이후에도 채권자의 소송, 파산관재인의 보정 요구, 채권조사 등 이어지는 단계가 있고, 각 단계마다 상속인이 지켜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파산선고 후 도착한 소장은 대부분 정당한 피고를 잘못 지정한 소송이지만, 대응하지 않으면 불리한 판결이 남을 수 있습니다. 소장을 받았다면 결정문과 함께 사건을 맡았던 대리인과 먼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