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 앞으로 종합소득세 고지서가 왔습니다. 상속을 포기했는데도 저희가 내야 하는 건가요?"
상속 상담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입니다. 채권자의 독촉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오시지만, 세무서에서 온 고지서는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세금도 다른 채무와 다르지 않습니다. 상속인은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만 피상속인의 국세를 납부할 의무를 집니다. 상속으로 받은 재산이 없다면 승계할 납세의무도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상속재산파산 절차로 들어가면 그 세금은 파산재단 안에서 재단채권으로 취급되어, 일반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됩니다. 상속인이 자기 재산으로 부담하지는 않지만, 상속재산 안에서는 우선순위가 앞선다는 뜻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속으로 승계되는 세금의 범위, 사망 이후에 고지되는 세금의 처리, 그리고 상속재산파산 절차에서 세금이 놓이는 자리를 실제 사건과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세금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에서만 승계됩니다
「국세기본법」 제24조 제1항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에게 부과되거나 피상속인이 납부할 국세와 강제징수비를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지방세기본법」 제42조 제1항도 지방세에 관하여 같은 구조를 두고 있습니다.
| 구분 | 내용 | 근거 |
| 승계의 범위 |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 | 국세기본법 제24조 제1항 |
| 지방세 | 국세와 같은 구조 | 지방세기본법 제42조 제1항 |
| 상속인이 여럿인 경우 | 각자 상속분에 따라 연대하여 납부 | 국세기본법 제24조 |
| 상속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 상속재산관리인이 처리 | 국세기본법 제24조 |
따라서 상속을 포기해 상속인의 지위에서 벗어났다면 피상속인의 세금을 승계하지 않습니다. 한정승인을 한 경우에도 책임은 상속재산의 범위를 넘지 않습니다.
세무서에서 고지서가 왔다는 사실 자체가 상속인 본인의 납세의무를 확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지서를 받으셨다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사실을 소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사망한 뒤에 고지되는 세금이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세금은 사망과 동시에 확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피상속인이 사업을 하셨다면 사망한 해의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가 그 다음 해에 고지됩니다. 상속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일 때 고지서가 도착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종결된 상속재산파산 사건이 그랬습니다. 제조업을 하던 피상속인이 연말에 사망했는데, 이듬해 여름 사망 전 해의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와 지방소득세가 합계 3,400만 원 넘게 고지되었습니다. 납부기한은 이미 파산선고가 난 뒤였습니다.
이 세금은 성격이 이렇습니다.
-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얻은 것입니다
- 고지와 납부기한은 사망 이후, 파산선고 이후에 도래했습니다
- 상속인 본인의 소득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상속인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미 한정승인을 하고 파산까지 신청해 둔 마당에 수천만 원짜리 고지서가 새로 날아든 것이니까요.
상속재산파산에서 세금이 놓이는 자리
상속재산파산은 채무초과 상태의 상속재산을 상속인의 고유재산에서 분리해 청산하는 절차입니다. 이 구조가 세금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73조 제2호는 「국세징수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따라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을 재단채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생긴 청구권은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한합니다.
| 구분 | 재단채권 | 파산채권 |
| 해당하는 채권 | 조세, 절차비용, 관재인 보수 등 | 은행 대출, 카드대금, 거래처 채무 등 |
| 변제 방법 | 배당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시로 변제 | 채권신고와 조사를 거쳐 배당 |
| 순위 | 파산채권보다 우선 | 재단채권을 변제한 나머지에서 배당 |
| 채권신고 | 신고 없이도 변제 대상 | 신고기간 내 신고 필요 |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상속인이 받은 재산이 없어 납세의무 자체를 승계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 세금이 상속재산파산 절차에서 재단채권이 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2026년 6월 상속재산파산 신청 사건(2024그775)에서 그렇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속인이 「국세기본법」 제24조 제1항이나 「지방세기본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납세의무를 승계하지 않는 경우라도, 피상속인에 대한 국세·지방세 징수 청구권은 상속재산파산 절차에서 재단채권이 된다는 것입니다.
구조를 놓고 보면 자연스러운 결론입니다. 상속인의 납세의무 승계와 상속재산 자체의 청산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상속인이 개인적으로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는 것과, 고인이 남긴 재산에서 그 세금이 정산되어야 한다는 것은 별개입니다.
상속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상속인이 자기 재산으로 세금을 내는 일은 없습니다. 상속으로 받은 재산이 없으면 납세의무를 승계하지 않습니다
- 상속재산 안에서는 세금이 먼저 정산됩니다. 재단채권이므로 은행이나 카드사보다 앞섭니다
- 그만큼 일반 채권자에게 돌아갈 배당은 줄어듭니다. 상속재산이 적은 사건이라면 세금과 절차비용만으로 재산이 소진될 수도 있습니다
- 세무서를 상대로 개별 대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파산관재인이 절차 안에서 처리합니다
앞서 든 사건에서도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뒤늦게 고지된 소득세 납부서를 상속인이 직접 납부하지 않고 파산 절차에 제출해 관재인이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상속인이 별도로 세무서와 협의하거나 분납을 신청할 일은 없었습니다.
실무에서 챙겨야 할 것
피상속인이 사업을 하셨다면 재산조사 단계에서 세금 항목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 납세증명서와 미납 국세·지방세 내역을 확인합니다.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의 조회 항목에 국세와 지방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망한 해의 소득이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이 있었다면 다음 해에 종합소득세가 고지됩니다
- 고지서가 오면 보관해 두었다가 절차에 제출합니다. 상속인이 임의로 납부하면 한정승인 청산에서 부당변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재산목록의 소극재산에 반영합니다. 신청 당시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예상되는 세목은 기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한정승인만 해둔 상태에서 상속인이 "급한 것부터 갚자"는 생각으로 세금을 먼저 납부하면, 나중에 다른 채권자로부터 변제 순위를 어겼다는 이유로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38조).
정리하며
고인이 남긴 세금에 관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상속인은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만 피상속인의 국세를 납부할 의무를 집니다
- 사망한 해의 소득에 대한 세금은 사망 이후에 고지되므로 절차 중간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상속재산파산 절차에서 조세채권은 재단채권으로 일반 파산채권보다 먼저 변제됩니다
- 상속인이 납세의무를 승계하지 않는 경우에도 상속재산 안에서는 재단채권으로 정산된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세금이 끼어 있다고 해서 상속 절차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세금이야말로 상속인이 직접 상대하지 않고 절차에 맡기는 편이 안전한 항목입니다.
피상속인이 사업을 하셨고 채무가 재산을 넘어서는 상황이라면, 아직 고지되지 않은 세금까지 함께 계산에 넣고 절차를 설계하셔야 합니다. 재산목록을 만드실 때 세금 항목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