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 2026. 06. 20 | 작성자: 대표법무사 여환동

형제자매 상속포기, 3개월은 언제부터?

안녕하세요. 오늘은 실제로 상담했던 사례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형님, 누나가 상속포기를 했다고 저한테도 연락이 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 정말 많이 받는데요.


이번 사례가 딱 그런 경우였습니다.


2020년 7월 말, 부산 사하구에 사시던 망 김OO 님의 형제·자매 중 한 분에게 낯선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보낸 곳은 부산신용보증재단. 망인 명의 아파트에 걸린 가압류결정문이었어요.


망인이 2020년 1월 31일에 돌아가신 지 이미 반년이나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선순위 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 4명이 이미 부산가정법원에서 상속포기 심판을 받아 정리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이 사실을 형제·자매와 조카들에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거죠.


그분들은 갑자기 날아온 부동산 가압류 결정문을 받아 들고서야 "어? 내가 상속인이 됐다고?"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셨습니다.


3개월이 이미 지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은 상속포기 고려기간, 흔히 말하는 '3개월'의 시작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였습니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상속포기를 하라고 정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돌아가신 걸 안 날이 아니라 내가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날이라는 점입니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6다32423 판결 등).


배우자와 자녀가 먼저 상속을 포기하면, 그다음 순위인 형제자매가 새롭게 상속인이 됩니다.


그리고 이 형제자매의 3개월은 선순위자들이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다시 시작돼요.


그러니 망인의 사망일인 2020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미 3개월이 훌쩍 지나 있었지만, 이번 청구인들은 애초에 자신이 상속인이 됐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그걸 알게 된 날부터 다시 3개월을 셀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난제가 더 있었는데요.


청구인이 무려 15명이었는데, 서울·울산·평택·파주·서산·사천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계셨고, 그 중 두 분은 뉴질랜드 시민권자라 국내 인감증명서 발급이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이분들은 인감증명서 대신 동일인증명서 같은 재외공관 서류로 대체해야 했고, 15명 각자의 가족관계증명서를 하나하나 받아 모으는 것도 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습니다.


가압류 통지 받은 날짜로 "몰랐다"는 걸 입증

이 사건을 맡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청구인분들이 실제로 언제 상속인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지 정확한 날짜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 사건검색시스템으로 확인해 보니 가압류결정문이 2020년 7월 27일에 송달된 것으로 나오더라고요. 이 기록을 갑 제2호증(대법원 사건검색내역)으로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 자료 덕분에 청구인들이 자신의 상속인 지위를 알게 된 날이 2020년 7월 28일이라는 걸 소명할 수 있었고,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심판청구를 한 날짜인 2020년 8월 27일은 3개월 기한 안에 들어가는 적법한 청구가 됩니다.


뉴질랜드에 계신 두 분은 인감증명서 대신 외국 공관을 거친 동일인증명서로 신분 확인 문제를 해결했고요. 15명 전원의 서류 송달 장소를 저희 사무소로 통일하고 송달영수인을 지정해서, 전국 각지에 흩어진 분들이 우편물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조치해 두었습니다.


뉴질랜드 시민권자가 법무사 여환동에게 상속포기 신청을 위임하는 내용의 위임장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부산가정법원은 2020년 10월 7일, 청구인 15명 전원에 대해 "피상속인 망 김OO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2020. 8. 27.자 신고는 이를 수리한다"는 심판을 내려주었습니다.


앞서 배우자와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한 것과 맞물려, 이번 청구인들의 상속인 지위도 완전히 사라졌고 부산신용보증재단의 가압류 문제에서도 15명 모두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상속포기 3개월 기한에서 정말 중요한 건 돌아가신 날짜 자체가 아니라, 내가 언제 상속인이 됐다는 걸 알았는지를 어떤 자료로 법원에 보여줄 수 있느냐입니다.


특히 형제자매나 조카처럼 순위가 뒤에 있는 분들은 앞선 상속인들이 포기했다는 걸 전혀 통보받지 못한 채 지내다가, 이번 사례처럼 뜬금없이 독촉장이나 법원 우편물을 받고 나서야 자신이 상속인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혹시 지금 이런 우편물을 받으셨다면, 받은 날짜를 꼭 기록해 두시고 바로 전문가와 상담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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