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파산 2026. 06. 21 | 작성자: 대표법무사 여환동

한정승인 후 상속재산파산, 장례비 재단채권 반환 사례

한정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상속 문제가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판결문 같은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남아 있다면, 상속인은 강제집행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 상속재산파산이라는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 하는데요.


오늘은 경남 김해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통해, 적극재산이 몇백만 원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상속재산파산이 왜 필요했는지, 그리고 장례비를 어떻게 재단채권으로 우선 변제받고 절차가 종결되었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2024년 8월 31일, 경남 김해시에 거주하던 망 안OO 씨(1956년생)가 사망했습니다.


자녀인 딸과 아들은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고인의 재산을 조회했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적극재산: 1990년식 포터슈퍼캡, 1991년식 콩코드(둘 다 소재 불명의 노후 차량으로 아직 말소 처리되지 않은 상태), 예금 642,727원
소극재산: 2014년 부산지방법원 확정판결(2014가단000)에서 인정된 사취금 채무. 2004년 6월 29일부터 연 25%의 지연손해금이 붙어 2024년 기준 64,105,809원까지 불어난 상태였고, 여기에 자동차세 체납액까지 더하면 소극재산 합계는 약 6,436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재산이라고 해봐야 폐차 수준의 차량 두 대와 60만 원 남짓한 예금뿐인데, 빚은 6천만 원을 훌쩍 넘는 전형적인 채무초과 상속이었던 셈입니다.


자녀들은 사망일로부터 44일 만인 2024년 10월 14일 한정승인을 신고했고, 창원지방법원은 2024년 10월 23일 이를 수리했습니다.


재산이 거의 없는데도 파산 신청을 한 이유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어차피 한정승인을 받으면 상속인의 고유재산은 보호되는데, 굳이 청산할 재산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상속재산파산까지 신청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한정승인의 한계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의 책임을 상속받은 재산 한도로 제한할 뿐, 채권자의 집행권원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처럼 채권자가 이미 부산지방법원의 확정판결이라는 집행권원을 손에 쥐고 있다면, 언제든 상속재산에 강제집행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상속인 입장에서는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 소송 등 불필요한 법적 다툼에 휘말릴 위험이 계속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런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 상속재산파산입니다.


법원을 통해 "채권자들에게 변제할 재산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통지하고, 청산절차 자체를 법원의 감독 아래 종결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실제 실무에서는 개인 채권자가 확정판결을 들고 있는 사안에서는 사적으로 청산하기보다 상속재산파산 절차를 이용하도록 권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파산관재인이 청산을 대신함으로써 상속인의 배당 오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위험까지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정승인 수리 다음 날 곧바로 파산신청

한정승인 수리 결정이 난 2024년 10월 23일 바로 다음 날, 창원지방법원에 상속재산파산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실무상 한정승인이나 재산분리가 법정 기간 내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상속채권자에 대한 변제가 끝나지 않았다면 3개월이 지나서도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이 사건에서는 굳이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신청함으로써 채권자의 강제집행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파산신청서와 함께 재단채권 신고서도 함께 제출해, 장례비 외에도 절차 진행에 필요한 비용이 재단채권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법원에 미리 알렸습니다.


장례비가 재단채권인 이유

상속재산파산 절차에서 장례비는 재단채권에 해당합니다(채무자회생법 제476조). 재단채권은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는 지위를 가지며, 파산재단의 환가대금에서 관재인 보수 다음으로 가장 먼저 지급됩니다.


다만 상속파산 실무에서 장례비 전액이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회생법원의 실무 준칙에 따르면, 상속인 등이 부의금을 받은 경우 장례비용 중 부의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재단채권으로 인정하고, 부의금이 소명되지 않는 경우(대부분 여기에 해당)에는 파산재단 총액에 따라 산정된 금액과 실제 장례비용 중 적은 금액을 재단채권으로 인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신고된 장례비 17,790,000원 전액이 아니라 파산재단의 환가 결과에 따른 한도 내에서만 실제 반환이 이루어진 것도 이런 실무 기준과 부합하는 것입니다.


상속재산파산 사건에 장례비를 신고한 재단채권신고서

파산선고와 환가, 그리고 배당 결과

법원은 파산을 선고하고 파산관재인을 선임했습니다.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에 편입된 예금과 보험해약환급금 등 상속재산을 환가해 총 4,186,322원을 회수했습니다.


여기기에 법원 예납금 800,000원을 더한 수입 합계에서 관재인 보수 1,240,000원을 공제한 뒤, 재단채권으로 신고된 장례비 17,790,000원 가운데 3,746,322원을 재단채권 변제액으로 우선 지급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흐름입니다.

환가 수입: 4,186,322원 (예금·보험해약환급금 등)
법원 예납금: 800,000원 추가
관재인 보수 공제: 1,240,000원
장례비 재단채권 변제: 3,746,322원 (신고액 17,790,000원 중 실제 지급된 금액)

파산관재인이 계좌해지 허가 결정(2026. 1. 2.)을 받아 환가 잔액을 정리한 결과, 정작 판결문을 가진 개인 채권자에게 돌아갈 배당재원은 단 한 푼도 남지 않았습니다.


파산관재인이 장례비를 반환하기 위해 법원으로 부터 허가받은 계좌해지허가서

파산폐지 결정

파산관재인은 이 수지계산 결과를 법원에 보고했고, 법원은 이를 검토한 뒤 환가 잔액 전액을 상속인에게 반환하면서 파산절차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2026. 2. 11.).


파산재단으로 현금화할 재산이 거의 없어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몫이 남지 않는 경우 파산폐지결정을 하게 되는 것은 상속재산파산 실무에서 흔히 나타나는 결말입니다.


이로써 망 안OO 씨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모든 법률관계가 법원의 감독 아래 투명하게 종결되었습니다.


확정판결을 가진 채권자 역시 파산채권자로서 배당재원이 0원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을 뿐, 두 자녀의 고유재산에는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상속재산파산 폐지결정문


이 사례가 주는 실무적 시사점

상속재산파산은 한정승인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청산 수단 중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확정판결을 가진 개인 채권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직접 채권자들에게 공고·최고를 하고 배당까지 처리하는 사적 청산 방식보다는 법원과 파산관재인을 통한 공적 청산 절차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속인이 배당 순서를 잘못 처리해 후순위 채권자에게 먼저 변제했다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위험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다음 두 가지 상황에 해당한다면 상속재산파산을 반드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판결문 등 집행권원을 가진 확정 채권자가 있어 언제든 강제집행 위협이 남아 있는 경우
상속재산의 청산 결과 자체를 법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는 방식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경우

재산이 아무리 적어도, 확정판결을 쥔 채권자가 있는 이상 그 위협 자체를 법적으로 종결시키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사례는 적극재산이 100만 원 안팎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재산파산을 통해 채권자의 권리 주장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장례비 일부까지 재단채권으로 회수한 뒤 법원의 파산폐지 결정으로 사건을 완전히 종결시킨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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