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 2026. 08. 28 | 작성자: 대표법무사 여환동

상속포기가 무효가 되는 행위들

상속포기 신고를 하고 법원에서 수리 결정까지 받았는데도 채무를 그대로 떠안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신고 전에 고인의 재산에 손을 댔기 때문입니다. 즉 처분행위를 한 것이죠.


법은 일정한 행위를 하면 상속을 단순히 승인한 것(모두 상속받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를 법정단순승인이라고 합니다(민법 제1026조).


일단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면 그 뒤에 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은 효력이 없습니다.


법원이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한 행동을 모르고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청구를 수리해 주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정단순승인 세 가지 사유

민법 제1026조는 다음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3개월의 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은 때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한 뒤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은 때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 1호와 3호입니다.


특히 3호는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신고를 마친 뒤의 처분이나 은닉하는 행동까지 문제 삼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하면 안 되는 행동

고인 명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계좌를 해지한 후 수령해서 사용하는 것
고인이 받을 돈을 대신 받는 것. 대법원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권을 추심하여 변제받은 행위를 상속재산의 처분행위로 보아, 그 후에 한 상속포기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84936 판결)
부동산 상속등기 후 매도, 상속재산 협의분할(가장 주의해야 합니다.)
자동차 명의 이전, 매각, 폐차(폐차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수리 후 해야 합니다.)
임차보증금 반환 수령, 미지급 급여·퇴직금 수령(한정승인 수리 후 수령 하기)
상속재산으로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하는 것(청산을 하더라도, 이부분은 편파변제로 문제가 됩니다.)
환가가치 있는 유품(귀금속, 고가 가전, 상품권 등)을 처분하거나 나눠 갖는 것

"얼마 안 되는 돈이니 괜찮겠지" 하고 통장을 정리하는 경우가 가장 흔한 사고 유형입니다.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상속재산을 임의로 소비한 것으로 평가되면 결과는 같으므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고민 중이신 분은 임의로 손을 대지 않기 바랍니다.


해도 되는 행동

합리적인 범위의 장례비용

상속에 관한 비용은 상속재산에서 지급하도록 되어 있으며(민법 제998조의2), 대법원 역시 장례비용도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의 사회적 지위, 지역의 풍속에 비추어 합리적인 범위 내라면 상속비용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0968 판결).


같은 판결에서, 보험 해약환급금을 수령해 장례비용에 충당한 사안에 대해 합리적 범위 내의 지출로서 정당하다고 보아 한정승인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반드시 지출 증빙(장례식장 영수증, 계좌이체 내역)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위 사례는 상속인이 임의 청산하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상속재산파산 신청으로 청산을 진행하는 경우 장례비를 재단채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합리적인 범위내라고 전액 인정받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보존·관리행위

상속인은 상속재산을 관리할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1022조). 형식적으로는 상속재산을 건드린 것처럼 보여도, 재산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라면 처분행위로 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비가 새는 지붕을 급히 수리하는 것,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채권에 대해 시효 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 상속인 자신의 돈으로 공과금이나 관리비를 내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새로 임대하고 보증금이나 월세를 받는 행위는 보존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차임을 받는 것은 상속재산인 채권을 추심하는 것이고, 보증금은 받는 순간 반환채무를 떠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신고 전에는 임대차 관계를 새로 만들거나 정산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준은 결국 자금의 출처입니다. 상속재산에서 나온 돈을 쓰면 위험하고, 상속인 본인의 돈으로 처리하면 안전합니다.


상속인의 고유재산인 사망보험금

생명보험에서 보험수익자가 특정 상속인으로 지정되어 있거나 단순히 '상속인'으로만 지정된 경우, 그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입니다(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다31502 판결). 따라서 상속포기를 하더라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수익자가 고인 본인으로 지정된 보험입니다. 이때의 보험금은 상속재산이므로, 이를 수령하면 처분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보험증권에서 수익자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를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유족연금 등

각종 유족급여는 법령에 따라 유족에게 직접 인정되는 권리인 경우가 많아, 상속재산과 구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신고를 마친 뒤에도 조심해야 합니다

민법 제1026조 제3호의 '상속재산의 은닉'은 상속재산의 존재를 쉽게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부정소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상속재산을 써서 없앰으로써 재산적 가치를 상실시키는 것을 뜻합니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63586 판결).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제1호(처분행위)는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에만 적용되고, 신고 이후의 처분은 제3호의 은닉·부정소비에 해당할 때에만 단순승인으로 본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신고 후에 재산을 건드렸다고 해서 자동으로 포기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행위가 상속채권자를 해치는 성격이었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부정소비로 인정되기 쉬운 경우

  1.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된 뒤 고인의 예금을 인출해 상속인이 생활비로 쓴 경우
  2. 상속포기 후 상속부동산을 매도하고 그 대금을 상속인들이 나누어 가진 경우
  3. 고인의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아 채권자가 찾을 수 없게 만든 경우(은닉)


부정소비로 보지 않은 사례

  1. 처분대금 전액을 우선변제권자에게 귀속시킨 경우. 대법원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 전액을 우선변제권자에게 돌아가게 했다면 이를 부정소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2003다63586).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처분해 그 대금이 전부 근저당권자에게 간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2. 한정승인 신고 후 상속인 중 1인 앞으로 협의분할 이전등기를 한 경우. 상속재산의 실질적 가치에 변동이 없다면 부정소비로 보지 않습니다(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다52095 판결).


핵심은 상속재산의 가치가 상속채권자에게서 빠져나갔는지 여부입니다. 상속재산이 줄어들지 않았거나 결국 채권자에게 돌아갔다면 문제 삼기 어렵고, 상속인 주머니로 들어갔다면 위험합니다.


재산목록 누락

한정승인의 재산목록 누락도 마찬가지로 고의를 요구합니다.


대법원은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란 상속재산을 은닉하여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사로 기입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고 보았습니다(2003다30968).


예를 들어, 건강보험공단에서 한정승인 신고 이후 환급금이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경우 처럼, 한정승인 신고 당시 알지 못했던 채권을 차후에 추가하는 것은 단순승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단순한 착오나 몰라서 빠뜨린 경우까지 곧바로 단순승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채권자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투기 때문에, 처음부터 빠짐없이 기재하고 처분이 필요하면 대금의 흐름을 증빙으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미 재산에 손을 댔다면

곧바로 포기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닙니다.

지출한 금액이 상속비용(장례비 등)의 범위 내임을 증빙으로 소명할 수 있는지
문제된 재산이 애초에 상속재산이 아니라 고유재산은 아니었는지
상속채무 초과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라면 특별한정승인(민법 제1019조 제3항)이 가능한지

이런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다만 사후에 다투는 것은 훨씬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손대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며, 최후의 수단으로 상속포기 대신 한정승인을 고려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고 전 체크리스트

 고인 명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계좌를 해지한 적이 있는가
 장례비로 사용했다면 영수증과 이체 내역이 남아 있는가
 받은 보험금이 있다면 보험수익자가 누구로 지정되어 있었는가
 자동차, 부동산의 명의를 옮기거나 처분한 적이 있는가
 고인이 받을 돈(대여금, 보증금, 급여)을 대신 받은 적이 있는가
 3개월의 기간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확인했는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에서 가장 흔한 실패 원인은 서류가 아니라 신고 전후의 행동입니다. 은행에 가기 전, 명의를 옮기기 전, 보험금을 청구하기 전에 한 번만 확인하면 막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고인의 재산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말고 먼저 상담받으시기를 권합니다.


이미 처리한 일이 있더라도 그 성격에 따라 방법이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가지고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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