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2026. 06. 20 | 작성자: 대표법무사 여환동

미성년 자녀 한정승인과 이해상반행위

2024년 6월, 울산 울주군에서 대기업에 재직 중이던 망 최OO 씨(1981년생)가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사망신고를 하면서 배우자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조회 결과는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이었습니다.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두 건 약 1억 4,673만 원, 신한은행 신용대출 6,630만 원, 카카오뱅크 5,500만 원, 토스뱅크 4건 약 4,738만 원, 저축은행 3곳 약 1억 874만 원, 대부업체 태린대부 주택담보대출 5,659만 원, 회사 사내대출 3건 2,459만 원, 그리고 공증인가 법무법인이 작성한 개인사채 1억 6,000만 원(지연이자 별도)까지, 총 27개 항목 715,755,991원의 소극재산이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적극재산은 근저당이 설정된 아파트, 차량 2대, 예금과 퇴직금 정산금을 모두 합쳐도 약 1억 2,579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미성년 자녀들이 한정승인을 한 이유

망인의 상속인들로는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들이 있었습니다.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들은 이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중 어떤 제도를 이용할지 선택해야 하는데요.


배우자는 한정승인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문제는 미성년 자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자녀도 그냥 상속포기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성년 자녀의 상속포기에는 실무상 반드시 짚어야 할 법률적 장벽이 있습니다.


민법 제921조가 정한 '이해상반행위'는 친권자와 미성년 자녀 사이, 또는 친권에 따르는 여러 자녀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하며, 판례는 이를 행위의 객관적·외형적 성질만으로 판단합니다. 즉 실제로 이해가 엇갈리는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행위를 하는지를 기준으로 외형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상속의 승인·포기는 원칙적으로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실무 입장입니다.


이 사건처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들이 공동상속인인 상태에서, 배우자(친권자)가 자신은 상속을 받으면서 자녀들의 몫만 상속포기시키는 경우가 대표적인 이해상반행위입니다. 자녀의 상속포기로 그만큼 배우자의 상속분이 늘어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배우자가 남편이 남긴 채무를 정리하기 위해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지만, 외형적으로는 배우자만 한정승인을 해서 상속을 받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 미성년 자녀들을 상속포기 시키기 위해서는 자녀 각자에 대해 가정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신청하고, 특별대리인이 자녀를 대리해 상속포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한정승인은 이해상반행위가 아닙니다

반면 이런 가족 구성에서 미성년 자녀들의 한정승인은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 실무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이는 한정승인의 본질과 맞물려 있습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을 받으면서도 책임의 범위를 상속재산 한도로 한정하는 제도이므로, 배우자와 자녀가 같은 내용으로 한정승인을 하더라도 한쪽이 유리해지고 다른 쪽이 불리해지는 구조가 생기지 않습니다.


상속포기처럼 누군가의 몫이 다른 상속인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상속인 각자가 자신의 상속분 범위 내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바로 이 방법을 택했습니다.


배우자가 친권자 자격으로 미성년 자녀 3인의 법정대리인이 되어 한정승인 심판을 청구했고, 배우자 본인의 한정승인과 자녀 3인의 한정승인을 각각 별개 사건으로 구성하면서도 재산목록은 완전히 일치시켜 동시에 청구했습니다.


미성년자녀들의 법정대리인 친권자 모가 청구해 받은 한정승인 심판문


한정승인 수리와 이후 절차

울산가정법원은 2024년 10월 2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3인 전원의 한정승인 신고를 수리했습니다. 7억 원이 넘는 채무가 가족의 고유 채무로 넘어오는 차단했습니다.


이 사건과 같이 청산할 재산이 있는 경우는, 한정승인이 수리된 이후에도 절차가 종결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1032조에 따라 한정승인자는 심판을 받은 날로부터 5일 내에 일반상속채권자와 유증받은 자에게 한정승인 사실과 채권신고 기간(2개월 이상)을 공고해야 합니다.


이 공고는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주민등록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장이 선정한 일간신문에 게재하며, 기간 내 신고하지 않으면 청산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을 함께 밝혀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결정 이후 피상속인 주민등록지 발행 일간신문에 채권신고 공고를 게재하고, 알고 있는 채권자 전원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사후 절차까지 마무리했으며, 청산절차는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해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모두 종결되었습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단순히 "포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다가 특별대리인 선임 문제를 놓쳐 3개월의 고려기간을 넘겨버리는 사례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상속이 개시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속인 구성을 확인하고, 각 상속인이 어떤 방식으로 법정대리를 받을 수 있는지 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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