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상담실에 오신 한 분의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몇 년째 연락이 끊겼던 동생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장례가 끝나자마자 카드사에서 독촉장이 날아왔다는 겁니다.
"저희 남남처럼 지낸 지 오래됐는데, 이것도 제가 갚아야 하나요?" 이런 질문, 사실 생각보다 많이 받습니다.
오늘은 이런 상황, 무연고나 다름없이 지내던 형제가 사망했을 때 남은 형제가 빚까지 떠안게 되는지, 그리고 이럴 때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중 뭘 선택해야 하는지까지 실무적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무연고 사망"이라는 말에 속으면 안 되는 이유
무연고 사망이라고 하면 왠지 나와는 관계없는 일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은 그냥 장례를 치를 사람이 곁에 없어서 지자체가 대신 장례를 처리했다는 뜻일 뿐이에요.
법적으로 상속관계가 없어지는 게 절대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몇 년을 안 보고 살았어도, 장례식에 못 갔어도,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형제이고 여전히 상속인입니다.
그리고 상속인이 되면 재산뿐 아니라 빚까지 통째로 넘겨받는 게 우리 법입니다.
왜 나한테까지 빚이 넘어오는 걸까
민법에는 상속 순위라는 게 있습니다. 1순위는 자녀, 2순위는 부모, 3순위가 형제자매입니다.
형제가 빚더미를 떠안게 되는 경우는 보통 둘 중 하나예요.
▶ 사망한 사람에게 자녀도 부모도 없어서 형제가 바로 상속 1순위가 되는 경우
▶ 부모님이나 배우자, 자녀가 먼저 "빚 많으니 나 포기할래" 하고 상속을 포기해버린 경우
여기서 진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 두 번째입니다.
부모님이 상속포기 신청서 딱 내고 나면 "이제 우리 가족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은 그 순간 순위가 형제자매한테로 넘어가버립니다.
즉 부모님은 빚에서 벗어났는데, 정작 형제인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새로운 상속인이 되어 있는 거예요. 이게 제일 억울하고 위험한 상황입니다.

상속포기 vs 한정승인, 뭐가 다른 걸까
| 구분 | 상속포기 | 한정승인 |
| 기본 개념 | 상속을 아예 안 받겠다는 선언 | 물려받은 재산 한도 안에서만 빚 갚기 |
| 재산과 빚 | 재산도 빚도 전부 안 받음 | 재산 범위에서 빚 정리하고 남으면 상속 |
| 다음 순위 영향 | 다음 순위 사람한테 넘어감 | 나한테서 문제가 끝남 |
| 언제 유리할까 | 재산은 없고 빚만 확실할 때 | 재산이 좀 있거나 빚 규모가 애매할 때 |
그래서 나는 뭘 선택해야 할까?
간단하게 기준을 세워보면
▶ 고인 재산이 하나도 없고 빚만 확실하다 : 상속포기
▶ 재산이 좀 있는데 빚 규모가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 한정승인
▶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이 이미 상속포기를 마쳤고, 그 결과 내가 상속인이 됐다: 무조건 나도 별도로 신고해야 함
세 번째 경우가 무연고 사망 사례에서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실수입니다.
"]부모님이 이미 포기하셨으니 우리 가족은 다 끝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아무 조치도 안 하다가, 상속인이 된 지 3개월이 훌쩍 지나버리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상속포기든 한정승인이든 본인이 상속인이 됐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한다는 점.
형제가 상속인이 되는 상황이라면 먼저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이 상속포기를 했는지부터 확인해보세요.

상속 문제는 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관련된 사항에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