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울산 울주군에서 대기업(정유공장)에 재직 중이던 망 최OO 씨(1981년생)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장례 후 사망신고를 하면서 배우자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했고, 조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두 건 약 1억 4,673만 원, 신한은행 신용대출 6,630만 원, 카카오뱅크 5,500만 원, 토스뱅크 4건 약 4,738만 원, 저축은행 3곳 약 1억 874만 원, 대부업체 태린대부 주택담보대출 5,659만 원, 에쓰-오일 사내대출 3건 2,459만 원, 그리고 공증인가 법무법인이 작성한 개인사채 1억 6,000만 원(지연이자 별도)까지, 총 27개 항목 715,755,991원에 달하는 소극재산이 확인되었다.
반면 적극재산은 근저당이 설정된 아파트, 차량 2대, 예금과 퇴직금 정산금 등을 합산해도 약 1억 2,579만 원에 불과했다.
미성년 자녀를 왜 상속포기가 아닌 한정승인을 했나
많은 분들이 이런 상황에서 자녀를 단순 상속포기시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성년 자녀의 상속포기에는 결정적인 법률적 장벽이 있다.
민법상 친권자가 미성년 자녀를 대리하여 상속을 포기하는 행위는, 친권자 본인도 같은 상속인인 경우 이해충돌(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한다.
배우자와 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된 상태에서 배우자(친권자)가 자녀를 대리해 상속포기를 하면, 배우자 자신에게 유리하게 자녀의 권리를 처분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녀 각각에 대해 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신청해야 하고, 특별대리인이 자녀를 대리하여 상속포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해상반행위
반면 한정승인은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실무 입장이다.
상속포기는와는 달리 한정승인은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는 선언이기 때문에 자녀가 상속을 받으면서 자신의 고유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우자가 친권자 자격으로 미성년 자녀 3인의 법정대리인이 되어 한정승인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사건에서는 바로 이 경로를 택했다.
배우자 본인의 한정승인과 미성년 자녀 3인의 한정승인을 각각 별개 사건으로 구성하되, 재산목록은 완전히 일치시켜 동시에 청구했다.

27개 채무 전수 실사와 재산목록 구성
한정승인에서 법원이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것은 재산목록의 완성도다.
일반 금융조회에 잡히지 않는 회사 사내 주택자금·생활안정자금 대출 3건(약 2,459만 원)은 회사에 별도 확인서를 요청해 소극재산에 반영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해약환급금 3,471,202원은 약관대출 잔액 1,510,000원이 있어 실질 수령액이 달라지는 구조였으므로, 환급금을 적극재산에 기재하고 약관대출은 소극재산에 별도 표기했다.
서울보증보험의 장래 구상권이 토스뱅크·신한저축은행 연계 채무에 다수 붙어 있었는데, 이를 '기타채무(적극재산 한도 내 책임)'로 명기해 목록 누락 없이 처리했다. 지방세 체납(자동차세 2건, 210,390원)과 납세증명서, 4대보험 완납증명서까지 첨부해 재산 및 채무를 법원에 투명하게 제출했다.
한정승인 수리
울산가정법원은 2024년 10월 2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3인 전원의 한정승인 신고를 수리했다.
7억 원이 넘는 채무가 가족의 고유 채무로 넘어오는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차단되었고, 한정승인 결정 이후 피상속인 주민등록지 발행 일간신문에 채권신고 공고를 게재하고 알고 있는 채권자 전원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사후 절차도 마무리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단순히 "포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다가 특별대리인 선임 문제를 놓쳐 3개월 기한을 도과하는 사례가 실무에서 적지 않다. 상속 개시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속인 구성과 법정대리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